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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동순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0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김천

직업:교수

최근작
2024년 3월 <나는 홍범도다>

강제이주열차

첫 삽질에서 출판까지 무려 스무해가 걸렸던 민족서사시 『홍범도』를 한창 신명나게 써나갈 때 나는 마치 접신(接神)과 유사한 체험을 했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12월 초순, 미국 시카고의 미시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책상을 놓고 『홍범도』 집필에 몰두하던 때 백마를 탄 홍범도 장군이 온몸에 눈을 맞으며 창문 바깥쪽으로 가까이 다가와 나를 물끄러미 지켜보시던 환시(幻視)를 경험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집 『강제이주열차』의 작품을 쓰면서도 가슴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무엇이 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놀라운 충격을 자주 겪었다. 이번에는 1937년 그 아비규환의 강제이주열차를 타고 고려인들과 더불어 장장 42일 동안 2만 킬로미터의 먼 길을 시름없이 달려가는 회상의 동일성(identity)을 체감했다. 시베리아 철도의 칼바람이 갈라진 열차 널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데, 저쪽 구석에서는 앓던 노약자가 몸을 비틀며 죽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강제이주열차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참혹한 광경을 나는 한사람의 시인, 즉 견자(見者)로서 낱낱이 목격하고 현장에 동참하였다. 그로부터 어느덧 80여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고려인 강제이주 문제는 우리 민족문학사에서 여전히 미완의 과제이다. 그동안 소외와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이제라도 나는 강제이주 문제를 내 문학의 화두로 삼고 당시 현실과 정황을 정성껏 복원해내고자 한다. (…) 이 시집에 담긴 작품들은 우리 민족이 연해주와 사할린, 중앙아시아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과 시련, 그리고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만 두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애환을 내가 시인으로서 대신 불러내고 모셔온 것이다. 당시 강제이주열차에서 목숨을 잃은 2만여 슬픈 영혼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 2019년 여름

고요의 이유

세상의 소란에 오래도록 휩쓸려 살아와서 그 훤소(喧騷)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아니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른다. 대다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갑자기 고요 속에 앉아있으면 그 환경이 낯설고 불편해서 마음이 차츰 불안해지고 초조와 강박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여러 여건의 변화로 갑자기 찾아온 고요에 적응 못하고 자기 앞의 시간과 불화를 겪는 경우를 가끔 본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고요를 새로 익히고 터득해가야만 한다. 고요 속에서 나를 다시 가다듬고 호흡도 안정시켜야 한다. 말하자면 고요에 대한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간 써온 시작품을 정리하며 매만지다 보니 고요에 대한 근원적 갈망과 지향이 나도 모르게 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놀란다. 이제 머지않아 완전한 고요에 다다르겠지만 그때까지 참신하고 품격 높은 고요를 하나 둘씩 익혀가야겠다. 등단 50주년이다. 이 시집의 발간으로 자축(自祝)을 삼는다. 2022년 봄 이동순

독도의 푸른 밤

독도의 독은 독립이란 뜻의 독(獨) 한 번도 완전독립 이뤄 보지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올바른 독립 이루라는 바로 그 뜻 이번 시집을 엮으면서 시종일관 머릿속에 머물러 있었던 화두는 바로 이것이었다. 2020년 4월

쇠기러기의 깃털

아득히 흘러간 시절의 기억이다. 평소 단골로 다니던 어느 고서점의 서가에서 나는 누렇게 빛바랜 원고 뭉치 하나를 발견하였다. 아, 그런데 그것은 뜻밖에도 청마 유치환 시인이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육필 시집 원고였다. 당시 서점 주인은 상상을 뛰어넘는 비싼 가격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학사에 그 이름이 빛나는 시인의 친필 원고를 직접 대한다는 사실은 감격 그 자체였다. 무릇 육필이란 무엇일까? 그 속에 무엇이 깃들어 있기에 원고를 대하면서 마치 저자를 직접 대면한 듯 이렇게도 가슴 떨리고 흥분하게 하는 것일까? 실제로 육필 속에는 글쓴이의 평소 심성과 습관, 취향과 기질 따위가 틀림없이 무르녹아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 김수영이나 윤동주의 친필을 보면서 획을 따라 차분히 음미하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활자로 인쇄된 시집보다 육필 시집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로 이런 경험 때문이리라. 이제 세월이 흘러 나도 육필 시집이란 것을 내게 되었다. 내 육필 시집에는 나의 심성과 기질, 취향이나 습관이 과연 얼마나 반영되어 있을까? 이러한 것에 호기심을 지닌 독자들에게 내 육필 시집은 과연 어떤 충족을 줄 수 있을지. 아무튼 여러 날 공들여 한 편 한 편 직접 쓴 원고를 출판사로 떠나보낸다. 마치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신종족

여러 해 전 어느 TV 프로그램의 취재와 녹화를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경북 청송의 어느 산골마을에 갔더니 불과 세 사람만 살고 있었다. 60대, 70대, 80대 할머니 주민 모두 셋만 달랑 살아가는 그곳 지명은 ‘너구마을’이었다. 셋 중에 가장 젊은 60대 여성이 마을 이장이라고 했다. 너무 외롭고 쓸쓸해서 점심 한 끼는 같이 모여 식사를 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마을은 괴괴하기 그지없다. 전혀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엔 제법 수십 가구가 살았다고 하는데 점점 퇴락해져서 이젠 세 사람만 남아 있는 마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것도 몇 해 남지 않았다. 세 할머니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 ‘너구마을’의 미래는 장차 어찌 될 것인가? 나는 그 마을에서 아주 상징적 실감으로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마치 감전된 듯 오싹해졌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과 환경이란 것도 이 ‘너구마을’의 경로를 그대로 뒤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람의 마을에 사람이 없는 것이다. 사람의 마을에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 없거나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겉모습은 사람과 같은데 생각과 행동이 전혀 다른 낯선 사람들이 사람의 마을에 들어와 살고 있다. 그들 사이로 들어가 일부러 어울려보지만 나는 곧 외계인이 되고 만다. 소통과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낯설기 그지없는 군상들이 마을과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나는 그들을 ‘신종족’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마을에 예전엔 못 보던 ‘신종족’이 산다.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응시하며 나는 그들의 풍경을 시의 밑그림으로 담아본다. 2021년 봄 이동순

좀비에 관한 연구

좀비zombie는 우리 내부의 모든 부정적 악습, 가치와 균형 감각의 마비 상실, 또 그로 인한 중심 이탈 때문에 생겨난 각종 우려의 기호記號이다. 우리가 항시 두려워하는 좀비는 그동안 방만했던 삶에 대한 경고이며, 구체적 위기를 일깨워 주는 상징이다. 탐욕을 반성하지 않고 줄곧 과거와 같은 시간을 되풀이한다면 우리는 끝내 우리가 빚어낸 좀비에게 제압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이 좀비 현상이라는 시적 화두에 몰두하였다. 이 시집은 우리 내부에 깊이 뿌리박힌 좀비 현상에 대한 비판과 풍자이다. 이러한 비평적 담론을 풀어내는 적절한 화법으로 나는 랩rap 기능을 주목하였다. 랩이란 각운脚韻이 느껴지는 말을 반복적 리듬에 맞춰 강렬하게 발성하는 방법이다. 말과 노래의 경계쯤에 있는 랩은 빠른 속도로 가사를 읊어가는데 이때 가사에 현실 비판과 풍자를 함께 실어낸다. 이 시집의 작품을 랩의 경쾌 신속한 리듬으로 읽으면 한층 실감이 느껴질 것이다. 제5부의 장시 「스몸비 타령」은 스마트폰의 해독과 부작용에 대한 테마를 판소리 형식으로 구성해서 새롭게 엮어본 작품이다. 멋진 소리꾼이 이 작품을 무대 공연으로 올리고, 평조 우조 계면조 등의 가락을 적절히 배합해서 한바탕 연창演唱하면 좋으리라. 우리 스스로가 건강한 심신으로 이타적利他的 삶을 살아간다면 달리 무슨 염려가 있으리오. 거칠고 볼썽사나운 좀비 현상에 시달리며 그 후유증으로 점차 시들어가는 우리 시대 힘겨운 이웃들에게 이 시집을 보낸다. 2019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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