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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알랭 쉬피오 (Alain Sup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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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사회정의를 향한 ILO 백년의 도전과 동아시아의 경험>

알랭 쉬피오(Alain Supiot)

1979년에 프랑스 보르도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0년부터 푸와티에대학교와 낭트대학교 교수를 거쳐, 2012년에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법학 분야의 석좌교수로 선출되어 “사회국가와 세계화: 연대에 관한 법학적 분석”이라는 강좌를 맡고 있다. 2007년에는 낭트고등과학연구원을 설립하여 2013년까지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노동법원론(Les juridictions du travail)』(1987), 『노동법비판(Critique du droit du travail』(1994), 『고용을 넘어(Au-delà de l’emploi, Flammarion)』(1999), 『법률적 인간의 출현: 법의 인류학적 기능에 관한 시론(Homo juridicus. Essai sur la fonction anthropologique du Droit)』(2005), 『필라델피아 정신: 시장전체주의 비판과 사회정의 복원을 위하여(L’Esprit de Philadelphie. La justice sociale face au March total)』(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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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필라델피아 정신> - 2019년 4월  더보기

일차 대전이 끝난 후 국제사회는 국제노동기구(ILO) 헌장 전문을 통해 “항구적 평화는 사회정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사상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차 대전의 참상 및 나치 독일과 제국주의 일본의 패망은 그러한 선언이 옳았음을 재확인시켜 줬다. 강자만의 법에 근거한 체제는 언제나 무너지고 만다. 힘은 정의에 복무할 때에만 정치질서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차 대전 연합국들이 보기에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시장의 폭력을 사회정의에 복무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국제 법질서를 세우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법사상의 중흥기는 1944년 채택된 필라델피아 선언에서 시작해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될 때까지 이어진다. 그러한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두 측면이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서유럽에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했던 복지국가 모델의 기초를 확립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처음부터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케인스가 옹호했던 화폐 개혁안이 좌절된 것이나, 1948년 채택됐지만 끝내 비준에 이르지 못했던 아바나 헌장의 실패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바나 헌장은 국제무역기구(ITO) 창설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국제무역기구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유엔 헌장에서 정한 목적, 즉 완전고용과 삶의 질 고양이라는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국제무역기구 규약은 △국제수지 적자뿐만 아니라 지나친 흑자도 방지할 것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경제적 협력을 지원할 것 △국제노동규범 준수를 옹호할 것 △자본 이동을 통제할 것 △생필품의 안정적인 유통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국제무역기구 의제는 1994년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 의제와는 거의 정반대였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사회적 목적과 경제적 수단의 관계는 역전됐다. 다시 힘이, 이번에는 우월한 인종이나 혁명적 계급의 힘이 아니라 시장의 힘이 사람들의 삶과 나라 사이의 관계를 조직하는 최상위 원칙으로 확립됐다. 덕분에 구공산주의 체제는 손쉽게 시장경제로 전향할 수 있었으며, 서구 민주주의 체제는 손쉽게 금융시장 독재로 개종할 수 있었다. 여전히 과거 전체주의 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북한이나 쿠바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오늘날 모든 나라는 시장전체주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시장경제는 금융·환경·사회에 관한 법적 토대 위에 근거한다. 시장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화폐 가치를 보증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장기적인 인간의 삶을 보장하는 규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장전체주의는 이 토대를 무너뜨린다.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자본주의가 초래하게 될 치명적 위험들에 대한 일종의 해독제로 등장한 사회법(노동법+사회보장법)은 자본주의가 비약적으로 발달한 서양의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됐다. 그러나 사회법이 제기하는 질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더 이상 서양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늘날 좋든 싫든 동일한 경제적 변화로 휩쓸려 가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사회법은 동일한 질문을 제기한다. 중국이 “공산주의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 중국 정치 지도자들이 관심을 갖는 법 분야가 변화해 간 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처음에 그들은 상법을 중국에 도입하는 데에만 관심을 뒀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열악한 삶의 질과 노동조건으로 인한 폭력과 갈등 증대 및 불평등 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사회정의를 보장할 수 있는 노동법을 마련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각의 나라는 모두가 인정하는 국제사회법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는 한편으로 각자의 고유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처럼 자신의 전통을 현대성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산업혁명 이래 제국주의에 잘 저항했던 나라들은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예속시키지 않으면서도 서양 근대성의 일부를 제 것으로 삼을 줄 알았다. 한국은 그중 하나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때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다양한 문화 사이에 가교를 놓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이방인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뱃사공 역할이 소중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작은 책을 번역하기로 한 역자에게 특별히 감사의 뜻을 표한다. 이 책의 목적은 지금 우리가 겪는 사회제도 위기에 대한 진단과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어판 출간은 한국의 관점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행운을 나에게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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