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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별보배

본명:김인수

최근작
2022년 2월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

별보배

부모께 받은 이름은 김인수金仁洙이다. 본격적인 고전 읽기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별 같은 글, 잘 보며 잘 배우자’는 뜻으로 별보배라는 이름을 지어 지닌다. 해저에서 사는 별보배고둥과는 면식이 있을 뿐 깊이 아는 사이는 아니다. ‘독서는 내면에 자신의 정부를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책과 인문학 소셜벤처 코넥스Konnex에서 독서운동과 인문학 강연 기획을 맡고 있다.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파르나소스 이동서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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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비아 로마> - 2019년 4월  더보기

Roman-tic Roma 고백컨대, 판 데이크Willemijn van Dijk의 이야기를 하나씩 옮길 때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적잖이 화가 났다. 수년 전에 로마를 다녀왔는데, 어쩌면 이런 얘기를 하나도 모르는(일자무식인) 채로 다녀올 수 있었던가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로마 자체보다 바티칸 박물관이 주된 목적지이긴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로마에 대해 어떻게 이다지도 무지할 수가 있었을까. 정일근 시인의 ‘쑥부쟁이’가, 그래서 더욱 상처의 기억처럼 떠오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다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 정일근, 〈쑥부쟁이 사랑〉 중에서 모르면 안 보이고, 알아야 보인다는 말, 참으로 다시 새기게 되는 말이다. 어느 곳이든 (특히 로마 같은 곳에서) 눈 뜬 채로 장님처럼 있다 오지 않으려면 과연 ‘알아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 《비아 로마》Via Roma는 ‘실패 없는 로마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로마의 50개 도로를 소재로 재미있게 로마를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나 판 데이크가 우리를 데리고 가는 곳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로서의 도로가 아니라 ‘이야기의 공간’이다. 그녀의 발길에 이끌려 도착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로마인들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쿵쾅거리며 도로와 수로와 분수를 건설하던 로마인들이 보이고, 2륜 전차를 몰고 그 도로 위를 달리던 장군들과 그 뒤의 병사들이 보이며, 원로원에서 연설하던 호민관이 보인다. 로마를 바꿔놓겠다던 야심찬 혁명가, 신神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군중 앞에서 화형에 처해졌던 이단자, 교양교육 프로그램의 마지막 코스로 마차를 타고 스페인 계단 앞에 온 영국인 그랜드 투어리스트도 보인다. 고대 로마 시내에 있었다는 5층짜리 아파트에서 이웃끼리 말다툼하는 장면이 보이는가 하면, 여인들의 산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오는 홍등가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물론 미친 황제와 교황 이야기, 그들이 쏟아내는 온갖 암투와 시기와 흉악한 암살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그들이 도시를 개조하고 장식하고 다듬어온 이야기, 그 과정에서 화가와 조각가와 건축가들을 후원하고 길러낸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그 점에서 판 데이크는 역사가historian와 스토리텔러storyteller의 절묘한 한몸, 히스토리텔러historyteller라 부를 만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들의 어원을 알게 되는 것도 이 책에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다. 샐러리salary는 과거에 소금sale을 월급으로 받았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고, 클라이언트client는 귀족이 자신을 지지하는 평민들을 지지자cliente로 끌어들여야 했던 데서 온 말이며, 서커스circus는 콜로세움 같은 원형경기장circus에서 온 말이다. 공화국이라는 뜻의 리퍼블릭republic은 공공의 일res publica에서 온 말이고, 로맨티시즘Romanticism의 번역어인 낭만주의浪漫主義는 중세 시대에 라틴어가 아닌 속어俗語로 쓰인 설화를 가리키던 ‘로망’roman이라는 말을 일본인들이 ‘낭만’이라는 말로 음역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성 베드로 대광장에서 산탄젤로 다리에 이르는 널따란 길을 왜 ‘화해의 길’이라고 부르는지, 로마 시내를 개선행진한 사람 중에 혹시 여성은 없는지, 나보나 광장은 왜 대전차 경기장 비슷하게 생겼는지, 아우구스투스 황제 광장에 있는 아라파치스 박물관을 로마 시민들은 왜 ‘주유소’라며 비난하는지, 로마 여행자들이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읽으면 훨씬 재미있는 독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독자들이 《비아 로마》를 통해 로마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과거가 그냥 흘러가지도 않았고, 무의미하게 고여 있지도 않은 도시, 과거가 생생하게 살아 지금도 현재와 살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로맨틱(roman-tic)한 도시, 로마를 만나게 되길 바란다. 2019년 새 봄볕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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