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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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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박숲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2012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 단편소설 당선
2021 전남매일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2021 단편소설집 『굿바이, 라메탈』
2022 아르코 문학창작 발표작 선정
2023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 당선
2023 KBS 라디오 문학관 단편소설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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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 2023년 5월  더보기

존재하지 않던 곳에 발을 들이고, 존재하지 않은 것들의 이야기를 더듬던 유령의 시간들. 허구의 세계에서 진실을 찾다 보면 현재의 내가 종종 허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소설 속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는 동안 내게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르고, 두 개의 자아가 치열하게 갈등한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서나 충돌할 수밖에 없는 모순. 소설은 내게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고 마주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유년의 내가 사는 섬을 향해 떠났다. 1004개로 이루어진 ‘천사의 섬’ 중 하나. 귀신이 한눈을 파는 시간, 6년 만에 온 윤달이라고 했다. 아버지의 산소 이장을 위해 파묘가 시작되었고, 그토록 미워하고 원망했던 아버지는 그곳에 없었다. 긴 세월을 견딘 듯 가슴에 가지런히 포갠 손가락뼈는 바스러질 듯 여리고 나약했다. 거친 호랑이처럼 한 세기의 변두리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세웠던 거칠고 사나운 아버지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봄 햇살이 따사롭게 흙을 데우는 동안, 나는 아버지의 볼품없이 사그라든 유골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참을 쭈그린 채 앉아 있었다.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시래요.” 엄마의 부탁을 전했을 때, 문득 화답이라도 하듯 산 위에서 검은 등 뻐꾸기가 카카카쿠- 카카카쿠- 소리를 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가세요. 섬을 떠나 멀리멀리요-.” 나는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기억을 꺼내어 산등성이 곳곳에 뿌리며 소리쳤다. 나는 드디어 아버지를 내 안에서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었다. 섬을 떠나오기 전, 오랫동안 내 안에 웅크린 채 숨어있던 소녀를 들춰냈다. 그 섬에 그 옛날 소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허구처럼 여겨졌다. 나는 소녀를 똑바로 세우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어쩌면 더 이상 아버지와 소녀를 만나기 위해 그 섬을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녀와 같은 또래의 딸을 돌아보았다. 나는 이제 완고하고 거칠던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기성세대가 돼버린 내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무엇일까. 겉으로 우리는 산뜻하게 잘 지내는 모녀 사이다. 그러나 각자의 맘속에 어찌 갈등이 없겠는가. 갈등으로 이루어진 소설처럼 현실 역시 갈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소설 속 아버지와 아들은 어쩌면 나의 일부이며 세대 간 갈등의 한 단면을 축소해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시대든 세대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세상이 갈등만으로 존재하는 곳 역시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어디선가는 용서와 이해와 화해로서 화합을 이루기도 한다. 허구로 시작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서 용서와 화합을 도모하고 싶었다. 작품은 작가의 품에서 떠나는 순간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책은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까지 보이지 않은 커다란 인연이 닿아 있다고 믿는다. 부디 소중한 인연들과 잘 가 닿기를 소망하며, 나는 이제 더욱 단단한 작품을 쓰기 위해 부단히 애쓸 거란 다짐도 해본다. 부족한 작품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빛을 볼 수 있게 해준 현대경제신문사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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