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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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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오토바이 타는 여자>

임수진

20대의 짧은 시간을 국어 교사로 보내다 미국에 왔다. 이방인으로 10여 년을 살며 그리운 것들이 많아졌다. 마음속의 샘이 마를 때까지 글을 쓸 생각이다. 산문집으로 『안녕, 나의 한옥집』이 있다.
블로그 : blog.naver.com/moonlake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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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오토바이 타는 여자> - 2022년 11월  더보기

여자는 시를 썼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시동인회 활동을 했고 이후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시를 썼다. 선배들과 교수님들도 여자가 시를 계속 쓰길 기대했고, 등단할 것도 권유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여자는 시와 멀어졌고, 등단을 위해 애쓰지도 않았다. 글벗들이 모두 좋은 시인으로 성장해갈 때, 그녀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았다. 모두들 그녀가 시를 잃어버린 줄 알았다. 나는 커가며 여자에게 묻곤 했다. 왜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았냐고. 왜 등단을 하고 시인으로서 성장하겠다는 꿈을 꾸지 않았냐고. 여자는 삶이 너무 고달팠노라 했다. 촌각을 쪼개 살며 오토바이를 타고 바쁘게 달려가는 삶 가운데 종이 위에 써 내려가는 시는 너무 사치스러웠노라 했다. 여자는 시를 마음에 썼노라 했다. 진짜 시는 내 마음에 쓰는 거라고, 나는 내 마음에 빨래처럼 시 한 조각 한 조각 널어가며 그렇게 살았노라고 했다. 그렇게 나의 시는 너희가 되었노라고 했다. 나는 여자에게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젊은 시절 쓴 시. 젊은 날 한 권의 시집으로 끝나버린 시인의 꿈에 미련이 남지 않느냐 물었다. 여자는 후회하노라 했다. 삶을 좀 더 길게 보았다면, 조금 더 세상을 알았다면, 지금도 누군가가 읽어주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 말했다. 여자는 후회하지 않노라 했다. 여자의 마음에 차고 넘치던 시절의 시가 남아 있기에 후회하지 않노라 했다. 여자의 시가 딸들이 되고, 가정 시간에 학생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가 되고, 자수가 되고, 삶이 되었기에 후회하지 않노라 했다. 이 글에 실린 시들은 대부분 여자의 20대, 30대 시절의 시를 40대 중반에 묶어 펴낸 여자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시집(김정임, 『아직은 햇살이 따스한 가을날』, 대교출판사, 1993)에 수록된 것을 옮긴 것이다. 그동안 홀로 썼던 시를 모아 여자가 40대에 펴냈던 작고 소중한 한 권의 시집. 오랜만에 이 시집을 발견한 후 나는 홀린 듯 며칠을 여자의 시에 빠져 지냈다. 유전이라는 것, 모녀지간이라는 것은 시 속에도 DNA가 박제되어 있는 것인지…. 읽으면서 내가 쓴 시인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나는 시를 써본 적도 없고, 이런 시를 쓸 수도 없다. 그럼에도 만일 내가 시인이라면 이런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은, ‘나의 감성’을 여자의 시에서 발견했다. 나는 시는 쓸 수 없으나 여자의 시와 함께,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쓰기 시작한 것이 여기 이 이야기들이다. 신기한 일이다. 여자가 한 권의 시집을 낸 것이 여자의 나이 마흔여섯 때였다. 그리고 내 나이 곧 마흔여섯을 앞두고, 여기 여자의 시와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세상에 내어놓는다. 이 또한 ‘글의 운명’의 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 나이가 되지 않고서, 여자가 내내 시를 멀리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한 권의 시집을 출간하게 된 것을 어찌 이해했을까. 여자의 진한 삶과 시를 어찌 이해하고 글을 썼을까. 시간을 돌고 돌아 여자의 시와 이야기는 그렇게 내 앞에 있다. 여자의 인생이 내 앞에 있다. 2022년 11월 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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