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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강덕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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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냉이가 아빠에게>

강덕응

첩첩산중, 구멍가게 하나 없는 산골마을에
스무 살이 되도록 TV도 없는 집에서 자란 촌놈.
그런데 불과 몇 년 후, 생뚱맞게 한국에서 제일 큰 광고 회사에 입사해
상품 미학의 나팔수를 자처하고
몇몇 높은 분들을 마치 메시아처럼 보이도록 선동하는 데 앞장섰다.
(다행히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본디 소와 지게와 나무와 참새와 함께 자란 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
일을 혐오하고 자기 비하에 허덕이며
더 이상 스스로에게 변명조차 어려워질 무렵, 냉이를 만났다.

그리고 얼룩진 내 영혼은 냉이에게서 씻김을 받았다.
너무 많은 헛된 말을 해 속이 궁해진 나를 냉이는 매일 말없이 위로하고 응원했다.
그렇게 15년 동안 (냉이에게) 밥을 주고 (대신) 마음을 받았다.

이제 내 차례다.
말하자면 이 글은 (냉이의 주검과 함께 묻어줄) 씻김굿 사설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마당 높은 집 막내아들도 아니고
침소봉대를 일삼는 광고쟁이도 아니고
냉이의 아빠도 아니고
다만 씻김굿 고풀이를 앞둔, 어설픈 당골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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