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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결함 4
이치은 (지은이) | 픽션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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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속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나는 로봇이었다가, 사람이었다가, 결국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한 채, 소설 속 비 내리는 배경이 된다. 이렇듯 정답을 찾지 못하는 여느 인간에 가깝지만, 어쩐지 로봇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은, 내가 로봇의 편에 서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으로 생각하고 말았다는, 인간이라는 비애감을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소설 속 에피소드들은 대개 로봇의 기이한 행동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아무런 해결점을 던져주지 못하고 끝이 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각 에피소드가 끝나는 흰 종이의 여백 속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무언가 깊이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는 인간에 대해, 로봇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지만, 그것은 마치 신에 대한 질문처럼 현실의 감각을 벗어난다. 한 로봇은 묻는다. 당신은 나의 신인가요? 아니, 네가 어쩌면 우리의 신일지도 모르겠다. 의문을 품는 감각. 그 의문 속에, 그 순간 속에 신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내가 이런 의문을 가질 때 비 내리는 배경은 무슨 생각을 할까? 사라진 로봇들은, 로봇의 평균을 벗어난 로봇들은, 결함을 가진 채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로봇들은, 다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변화하기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세계를 맞닥뜨리게 되면 당신은 어느 위치에 서겠는가. 이 세계가 역할극이라면, 이 소설은 미래이기보다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리하여 로봇의 결함에 대한 의문은 결국 우리 인간에게로 향하고, 우리는 자꾸 수척해진다. 그러나 원래 미래라 믿는 것에 대해선 우리는 추측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러니까 우리는 로봇의 결함에 대해 추측할 뿐이고, 오늘의 추측과 함께, 이 이야기 역시 종이에 기록되어 과거로 남을 뿐이다. 이 소설의 진행 역시 그렇다. 과거의 수많은 기록들이 현재에 와 어떤 모티프가 되어 이야기를 꾸려간다. 그러니 이 소설을 해결하려면, 아무것도 의문을 품지 않은 채로 우리는 더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종(種)의 다름에 의문을 품지 않고, 서로의 결함에 의문을 품지 않고 살아가는 게 우리가 상상한 어떤 미래를 미래답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3.

로봇의 결함 3
이치은 (지은이) | 픽션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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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로봇의 결함 2
이치은 (지은이) | 픽션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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