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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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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문화과학 113호 - 2023.봄>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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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할수록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부재가 길어지면 간절함은 절망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도 그렇다. 우리가 ‘차별금지법 있음’을 생생하게 그려볼수록 간절함은 열망이 될 텐데, ‘차별금지법 없음’에 익숙한 사회에서 그것의 있음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법안을 들여다본들 단어들만 있을 뿐이다. 이 몇 단어들을 구름판 삼아 도약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타이틀 나인》은 우리가 그려볼 수 없어 포기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 하고 싶었던 일을 상상하게 돕는다. 나는 《타이틀 나인》을 법보다는 역사에 관한 책으로 읽었다. 교수 지원에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드센 여자 샌들러가, 대학에 입학하며 ‘출입 금지’ 경고를 받은 느낌에 휩싸인 흑인 민족주의자 프라이스가, 자신을 남성 대명사로 불러달라고 교사에게 요청한 개빈 그림이, 서로의 역사가 되어줄 수 있었던 장소가 법이었을 뿐이다. 심판의 언어로 상상되던 법이, 이들의 용기를 연결하는 장소로 다시 보이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짓고 법을 뚫고 싸운 이들의 역사에 우리를 연결하는 일은 더욱 설렐 것이다. 널리 알려진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배경 인물로 등장할 뿐인 이 책이 누구를 독자로 초대하고 싶은지는 분명하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해달라 바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당신이 당신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성차별 철폐의 역사가 끝까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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