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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성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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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세트] 여름의 루돌프 + 귤 사람 + 고사리 가방 - 전3권>

마음 시툰 : 용기 있게, 가볍게

가방이 무거운 날엔 시집을 골라 가방 안에 넣고 집을 나선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다 밖의 풍경이 심드렁해지면 시집을 꺼낸다. ‘차례’ 페이지를 펼쳐 요새의 관심사와 닿아 있는 제목의 시를 찾아 그 시부터 읽는다. 동물원에 가고 싶으니까 「동물원」을, 여름이 막 끝났으니까 「여름의 애도」를 먼저 읽는 식이다. 정말 닿아 있다면 좋고 아주 달라도 그것도 좋아한다. 하얀 종이 위의 검은 글자뿐인데 시집은, 여기에서 저기로 이 마음에서 저 마음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어떤 냄새가 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하다. 바깥의 풍경이 더 좋다면 펼치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이해하지 않아도, 오해해도 괜찮아, 너는 그런 사람이어도 괜찮아. 시가 괜찮다고 말한다. 다 괜찮다고 말해 주는 시집을 보다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괜찮아지곤 한다. 여기에서 저기로 이 마음에서 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다. 가늘고 하얗게 모여 서 있는 시집들 사이에 가방 안의 시집을 꺼내어 꽂는다. 바깥은 어둑하고, 촘촘해진 책등의 흰빛은 더 밝아졌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가 지나갔다.

여름의 루돌프

하늬바람이 부는 날이면 우리 모두가 북쪽 방에 눕는 걸 좋아했다. 여름방학이 아니어도 여름방학인 것처럼 좋은 날이었다. 그곳에 누워 여름잠을 자고 일어나 바다로 나가면 햇볕에 데워진 갯바위, 샤각샤각 놀라 달아나는 깅이, 언덕을 이루는 순비기, 손을 잡고 파도를 타는 사람들, 저만치 밀려났다가 다시 밀려오는 물결, 그리고 모래를 털고 일어나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북쪽 방이 있었다. 우리 모두의 여름에 하늬바람이 불어오는 북쪽 방이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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