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에 들어간 공력과는 별도로, 번역의 질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일은 아니고, 특히 문학번역의 경우에는 여러모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평가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총론'에서 상술하고자 했으며, 그 기준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각 번역본 분석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작업의 기본성격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한두마디 덧붙여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번역의 질을 가늠하는 논의는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터인데, 이 작업에서 우리의 1차적인 관심은 본격적인 번역비평이라기보다는 그 비평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번역본들을 걸러내는 기본적인 수준에서의 '평가'이다. 그런 점에서는 본격 비평을 위한 일종의 정지작업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물론 '비평'에 해당하는 내용들도 서술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평가의 기준 자체는 번역 텍스트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요건들 - 원본의 번역물로서 갖추어야 할 충실성과 한국어 텍스트로서의 가동성 - 로 국한하였다는 뜻이다. 이 요건들과 그 적용의 정당성은 궁극적으로 독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우리로서는 최대한 공정한 평가가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