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생. 서울에서 노문학과 영문학을, 모스크바에서 정치문화를 공부했다. 그리스와 베네수엘라, 노르웨이에서 살았고 현재는 오만의 무스카트에 거주하고 있다.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관심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산문을 싣고 러시아어와 영어로 된 글을 우리말로 옮긴다. 산문집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낙타의 눈』을 썼고,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행복한 장례식』을 옮겼다.
백야
새벽. 아이가 온다. 오줌 싸려고
일어났다가 건조해진 콧속이
근질거려 콧등을 비틀다가 코피가
흐르고, 잠결에 휴지를 둘둘 말아
콧구멍 쪽을 대충 훔치고는 내 옆으로 와
눕는다. 기억하지 못하는 꿈을 꾼 것처럼 다시
스르르 눈을 감는 아이를 바라보다 하늘을
향한 동그란 뺨 위로 내 편평한 뺨을
대본다. “따뜻하네, 엄마 얼굴.” 아이는
배냇 웃음 같은 웃음을 짓는다. 백야가
계속되고 새벽이 길어지고 아이도 나도
지난 꿈과 아직 꾸지 못한 꿈을 다시
꾸고 또 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