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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변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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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큰글자책]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변시영

마음을 이야기하는 심리상담 전문가.
한양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청소년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담자들과 함께 각양각색의 고민을 나눠왔다.
현재는 모 기업에서 직장인과 그들의 가족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함께 마음 건강 관련 강의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주제로 학술 연구를 꾸준히 해왔고 지금도 하면서 중년을 통과 중이다.
멋지게 늙어 점점 더 깊어지되, 유쾌함을 잃지 않는 할머니 심리상담가가 되는 게 꿈이다.
『선배가 들려주는 기업상담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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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큰글자책]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 2024년 4월  더보기

나이듦, 조금 덜 외롭게 조금 더 따뜻하게 작년 늦봄, 저는 제주도에 있었습니다. 열 개의 낮과 밤을 안고 혼자 있었습니다. 집 아닌 곳에서 혼자 그리 오래 보낸 것이 처음이었어요. 벌써 여러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쏙쏙 꺼내어지는 그 첫 경험의 추억이란 게 여전히 달고 맛난 것이, 꼭 혼자 몰래 꺼내 조금씩 아껴 먹는 초콜릿 같기도 하더라고요. 게다가 그 제주도에서 귀한 거 하나 품고 와 오늘도 누렸으니 참 성공한 여행이었다 싶습니다. 그게 뭘 거 같으세요? 제주 특산품이나 기념품? 명품 가방? 아니면 설레는 어떤 인연? 새로운 다짐?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제가 품고 온 건 실체라고는 없는 ‘마음’이랍니다. 저의 기분과 태도, 행동, 그리하여 생활 전반과 삶에까지 영향을 주는 그 마음. 바로 ‘운전에 대한 좋은 마음’이랍니다. 여태껏 운전을 해왔지만 그걸 썩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었죠. 가능한 안 하고 싶었고, 하면서는 늘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에만 매달렸죠. 그러니 어떻겠어요, 어딜 가기 전엔 스트레스부터 받았고 가는 중엔 늘 마음이 조급했죠. 동행자 중 운전을 못 하는 이가 있으면 가끔 원망이 들기도 했고, 누군가 잔소리라도 해대면 더 뾰족해지기도 했고요. 그랬던 제가 제주도에선 달랐습니다. 열 개의 낮과 밤을 그곳에서 보내자니 차가 없인 안 되었고, 혼자다 보니 운전은 오롯이 제몫이었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렇게나 싫던 운전이 제주도에선 너무도 즐겁더란 말이죠. 제주도는 구석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고, 저의 마음엔 흡족함이 가득하니 길이 막히면 막히는 대로 구경 길, 쌩쌩 달리면 달리는 대로 관광 길이 되었습니다. 네, 제주도에선 그 모든 운전의 시간조차 그저 즐거운 여행의 과정이 되었던 거죠(정말 ‘제주 is 뭔들’인 걸까요). 그러다 물영아리 오름을 향해 가던 여섯 번째의 낮 때쯤이었던 거 같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거예요. ‘아니, 이렇게 운전이 여행이 되는 마음을 꼭 여기 제주에서만 먹으란 법 있어? 막히면 막히는 대로의 구경 길은 서울에서도 되고, 쌩쌩 달리면 달리는 대로의 관광 길은 수원에서도 될 텐데 말야. 뭐 한다고 그렇게 운전하는 내내 운전이 싫다면서 내 마음을 낭비했지?’ 그렇게 한순간에, 운전에 대한 짜증은 호감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된 겁니다. 그 뒤 계절이 세 번 더 바뀌었습니다. 다행히 오늘도, 운전이 즐거웠습니다. 적당히 막히는 어느 도로 위에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따라 멍때리기 좋았고, 살짝 돌아오게 된 어느 골목길에선 낯선 커피숍이 멋져 보여 찜도 해 두었죠. 남의 것을 대신 하는 양 그렇게 짜증 나던 운전이 내 것이 되니 비로소 제법 즐기게 됐다고 할까요. 오호. 저 과속방지턱을 옆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깃털처럼 부드럽게 넘어볼까. 우회전이라고? 그렇다면 모 영화 주인공 못지않게 나도 훌륭한 코너링으로 만들어볼까. 내 것에 대한 정성도 기울이게 되면서요.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많이들 얘기하죠. 사실, 힘들 때 이처럼 미운 말도 없습니다. 그런데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고개를 끄덕끄덕 인정하게 되는 말이기도 하죠. ‘그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하면서요. 나이듦도 그런 거 같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대하느냐에 따라 나의 오늘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싫다, 무섭다, 힘들다, 짜증 난다, 서럽다 대신 좋다, 아낀다, 괜찮다, 더 나은 것도 있다, 기대된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아니,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마음먹기’라는 게 어떤 건지 함께 나누며 가보고 싶어서, 제 마음부터 슬며시 꺼내봤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내어지고 겹칠 때, 조금 덜 외롭고 따뜻하니 갈 만한 게 인생길이니까요. 함께 가볼 만하실 겁니다. 제주도가 부산으로부터 26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저 밑 어딘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제 마음속으로 들어와 운전이 즐거워졌듯, 나이듦도 여러분 마음속으로 ‘괜찮은 과정’으로 들어온다면 그 여행길도 한결 가볍고 한층 즐거워지실 거예요. 어디 한번 저의 운전 실력을 믿고 함께 가보시겠어요? 엑셀은 부드럽게 밟고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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